세 번째 난자채취. 병원 안내 미흡으로 주사 하루 일찍 맞음.
세 번째 난자채취. 늘 했던 것처럼 진행될 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한 큰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주사오류가 벌어진 것이다. ㅠㅠ
보통 난자채취 전 마지막 배주사로 난포를 최종성숙시키고 터트리는 역할을 하는 오비드렐, 데카펩틸이라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 난자채취 중 가장 중요한 주사로 시간을 꼭 지켜야 한다. 잘못 맞을 시 난자 채취 시술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차수에서 난자채취 약 36시간 전에 맞아야 하는데 하루 더 일찍 맞아버린 것이다.
사실 주사를 놓을 당시에는 잘못된 줄 몰랐다.
내가 주사를 놓은 시간은 6월 17일 토요일 am 1:40분이었는데
왜냐면 안내문에 6월 17일 토요일 밤 1:40분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연히 금-토 넘어가는 새벽이라고 생각했고 그 시간에 맞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18일 일요일 am 1시 40분에 맞아야 하는 거였다.
토요일 점심쯤 병원에서 월요일 시술 시간을 당기기 위해 전화가 와서 주사 얘기를 했을 때가 되어서야 주사를 잘못 맞았음을 알았다. 처음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안내문에 적혀 있는 데로 맞았는데 어째서 문제가 생긴 거지?
나는 안내문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병원에 가서 얘기해 보니 안내문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사람들이 헷갈려해서
18일 일요일 am 1시 40분을 저렇게 표현하며, 혹시나 문제가 될까 봐 안내할 때 충분히 안내해 준다고 했다.
그런데 주사를 받아올 당시에 충분히 안내를 받지도 못했고
그냥 이 적힌 시간에 맞으면 된다는 얘기까지만 들었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내 상식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17일 토 밤 1:40분=18일 일요일 am 1:40분인지?
보통 잠을 안 자고 자정을 넘기면 오늘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으니까 이렇게 표현했다는 건가?
근데 일반 기관도 아니고 무려 병원에서 왜 통용되는 공식 표기를 따르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을 쓴 건가?
그리고 본인들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건데
어째서 안내문에 좀 더 자세히 설명을 써주지 않은 건가?
적어도 토-> 일 넘어가는 새벽 이렇게라도 써줘야 되는 게 아니었나?
설명해 줬으니 됐다고 변명한다면 안내문은 왜 주는 건가?
안내문이란 일반인인 환자들이 나중에 기억이 안 나거나 의문이 들 때 보라고 주는 건 아닌가?
내가 다니는 병원은 근무시간이 지나면 간호부에는 연결도 되지 않았다.
24시간 긴급 연결 번호도 없었다. 그렇다면 안내문을 더 꼼꼼히 써야 하는 거 아닌가?
너무 화가 났다.
그러다가는 나중에는 나를 탓했다. 그래 내가 바보지. 왜 더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지.
바보같이 병원 말만 믿었을까.
처음도 아니라서 36시간 전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사실 놀랍게도 이 36시간도 처음 난자채취를 했던 아가온에서 알려줘서 알고 있었던 거지
지금 병원에서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
결국 다 내 손해인데... 그렇게 주말 내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았다.
난자 채취, 주사 잘못 맞았을 때 대처방법
◆ 일단 결론만 말하자면 나는 채취가 가능했음.
주사를 맞는다고 모든 난포가 터지는 것은 아님.
그러나 난자 개수는 확실히 줄고 나오는 난자의 크기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음.
난자 질에는 큰 영향이 없음.
병원에서는 일요일은 쉬는 날이니 어쩔 수 없고 월요일 첫 진료 때 최대한 빨리 와서 초음파를 보자고 했다.
"그럼 난포가 터졌을 경우 채취를 못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내 질문에 전화 온 간호사는 그럴 수도 있다며 무심하게 답했다.
사실 이런 문제가 생긴 것도 속상했지만 병원의 태도가 더 화가 났다.
오해의 소지가 있게 안내를 해주면 어떡하냐는 내 말에 간호사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일단 월요일 날 진료를 오라는 말만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간호사님은 전달만 해주는 사람이니 딱히 사과를 할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전화를 받을 당시 일주일 내내 가야지 벼르던 돈가스 맛집에서 신나게 먹으려고 하던 참이었는데...ㅠㅠ
기분이 상해서 대충 먹고 나왔다는....
원래 기분이 상해서 집에만 있으려고 했는데 남편이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더 괴롭다며 외곽카페에 데려가주고 계속 위로해 줬다. 너는 하나도 잘못한 게 없다며! 어느 병원이 그렇게 안내문을 쓰냐며 같이 분노해 줘서 기분이 좀 풀렸다 ㅎㅎ
시험관 카페에도 글을 올렸는데 많은 분들이 자기 일처럼 화내고 위로해 주고 조언해 줘서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남편은 일단 월요일 날 초음파를 보기 전까지는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자고 했다.
난포가 터졌다면 이참에 자임시도도 해보자며 ㅋㅋㅋ
나는 분노를 가라앉히고 플랜 b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 일단 자임시도도 해보고. 월요일 날 안 터진 난포가 있다면 베스트고,
만약 없다면 인공수정으로 바꿔보자.
주사 일찍 맞았을 때, 난자채취 가능할까?
월요일. 새벽같이 병원으로 향했다.
어쩌다 보니 월요일에는 병원을 처음 가봤는데 7시밖에 안 됐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원래 내 시술 시간은 11시. 남편은 출근 전에 정자를 채취해야 해서 7시 30분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된 이상 정자를 채취해야 할지? 뭐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들었다.
이것도 화나는 부분이 주말에 전화 온 간호사분은 그냥 월요일 날 첫 타임에 진료보라는 말만 안내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알려주지 않았다.
나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물어보지 못했고...
(그 간호사분도 너무 당황해서 전달받은 얘기만 반복하신 걸까...?)
아무튼 그렇게 일단 3층 시술실로 먼저 향했고 시술실 입구에서 안내하는 간호사분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았다.
그 과정에서 시술실 간호사 분이 정말 친절하시고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해주셔서 마음이 좀 풀렸다.
상황이 벌어진 후 의료진에게 처음 느끼는 친절함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주치의 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해서 상황을 정리해 주고
후에 내가 시술을 들어갔을 때도 이름을 말했더니 알아보시고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고생 많으셨죠.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의료진의 친절이 얼마나 환자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지 새삼 느꼈다.)
일단 채취 가능성이 1도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단 남편은 채취를 하기로 했고
나는 한 시간쯤 기다려 드디어 교수님 진료를 들어갔다.
교수님은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일단 차분하게 내 얘기를 들으셨고 충분히 오류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나에게 너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근데 그 와중에 옆에 간호사분이 안내서가 잘못된 건 아니라며...
원래 우리 병원에서는 안내문에 18일 am 1시를 17일 밤 1시로 표현한다며 얘기해서 또 분노...
그래서 아니 18일 AM 1:00라는 정확한 표기법이 있는데 왜 이런 식으로 표현하냐고 내 의견을 말씀드렸다.
(더 화를 냈어야 했는데... 화를 내는 것도 해본 사람이 잘한다고... 나는 기본적으로 차분하고 기복이 없는 성격이라 화를 잘 안내다 보니... 그리고 결론적으로 난포가 다 터진 것이 아니고 시술을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아무튼 교수님은 나에게 계속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른 교수님 시술을 미룰 수는 없지만
시급한 만큼 본인 시술 중에서는 나를 가장 첫 번째로 해준다고 하셨다.
초음파를 보니 다행히 다 터진 건 아니라서 진행할 수 있다고 했다.
주사 맞는다고 모든 난포가 터지는 건 아니며 하나가 터지면 오히려 나머지 것들이 터지지 않게 억제된다고 했다.
원래 8개 정도 보였는데 최대 5개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는 진단.
이미 난포가 터지고 자궁상태가 황체기로 들어갔기 때문에 신선이식은 어렵고
난자의 크기가 좀 작을 수는 있는 상황.
질이 나빠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동결여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고
단지 5일 배양까지는 나오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얘기하며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술에 들어갔고 교수님 말대로 5개의 난자를 채취했다.
시술 때도 의료진이 내 마음을 위로해주려고 하고 교수님이 걱정 말라고 손을 잡아줘서 마음이 좀 풀렸다.
내 경우는 AMH수치가 낮은 편이라 처음부터 난포가 8~10개 정도 자라는 몸이고 그중 5개만 채취한 건데
수십 개씩 나오는 다낭성의 경우는 또 어떨지 모르겠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쨌든 동결이 하나라도 나오길 바라야지.
이번일로 정말 크게 깨달은 것이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3차 채취까지 오면서 심적으로 많이 지친 나머지 멍하니 다녔는데 이런 문제가 생긴 거니까...
병원의 의료진들이 모두 열심히 하겠지만 그들 역시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나는 수십 수백 명 환자 중의 한 명일 뿐...
이런 주사오류 문제 역시 자주 일어나는 일이겠지.
앞으로는 내가 더 꼼꼼히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교수님도 주사 잘못 맞고 오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아니 근데 그럼 안내문을 더 정확하게 써야 하는 거 아닌가?!)
일단 동결 결과를 기다려보고 전원을 할 생각인데...
웬만하면 이번 병원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신뢰가 사라진 이상 전원하는 것이 내 맘이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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